지난 1편에서 안최애가 '시각적 정보에 민감하다'고 말한 거 기억나? 이번 바닷 속 풍경은 시각적 정보 따위 1도 안 민감한 내가 볼 때도 아름다운데, 최애의 눈 속에는 어떻게 담겼을지 정말 내가 다 행복해! 옆에 올린 사진은 우리 최애의 인스타에서 가져온 사진들이야. 정말 환상적이지?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을 경외하는 안최애에게 땅과 하늘과 그 사이의 바람이 아닌 물 속을 헤엄치는 것과 그림 사이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물어보았어.
엘덕후: 요즘 수영을 많이 하시던데 수영과 그림의 공통점이 있어서 그림을 그리듯이 수영을 하시는지, 아니면 그림에서 해소가 되지 않는 어떤 영역을 채우려 수영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만약에 그림과 수영이 비슷한 느낌이라면 어떤 점이 비슷한지, 그림에서 해소되지 않는 것을 수영으로 채우시는 거라면 어떤 부분을 채우게 되시는지 궁금해요.
안최애: 수영과 그림은 저에게 있어 서로 반대되는 영역인 것 같아요. 그림은 공허함을 채워나가는 것 같고, 수영은 잡념을 비워내기 위한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 저는 온 신경을 손 끝에 두고서 빈 캔버스를 채워나가고 있거든요. 수정이 쉽지 않은 작업이다보니 터치 하나 하나에 집중을 하느라 몸의 모든 감각이 곤두서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한자리에서 손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을 느끼고, 정신적으로도 엔진이 쉴 새 없이 돌아서 가끔은 숨이 벅찬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녹진하게 해냈다는 뿌듯함도 들고 공허했던 시간이 새로운 세계로 가득 차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피로함은 어쩔 수가 없는데 이것을 해소해주는 것이 수영 같아요. 물속에서 헤엄을 치다 보면 스스로가 물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고 투명한 물처럼 나도 투명해진 기분이 들어요. 작업하는 동안 여러 갈래로 예민하게 생각했던 화두들도 모두 단순해지게 되어 수영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커다란 치유를 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다가 어깨가 많이 아파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우리 안최애가 수영으로서 정신적, 신체적 치유를 얻는다니... 쌰라웃투 수영! 안최애가 늘 즐겁게 그림 그릴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