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덕터뷰 서유영 2편은 색깔과 밀당하는 서최애의 모습을 담아보았어. 여러가지 색에 그 때 그 때의 감정과 에너지를 담다 보니 한 그림을 다른 사이즈로 확장하여 그릴 때 원래 색이 재현되지 않아서 여러 번 엎는다는 이야기도 했지. 색은 여러가지를 사용하지만 그 와중에도 끝까지 서최애의 손을 잡고 가는 소울메이트는 뭐다? '집'이다. 집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우리 최애 자신을 투영하기도 하고, 이 그림을 보는 너를 담기도 하고, 가족과 친구를 담기도 하고, 더 크게 나아가 우리가 속한 사회에 대한 서최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는 거야. 모두 다른 사람을 표현하기 때문에 색도 여러가지를 쓴다는 우리 최애의 마음도 전달 되었길 바라 o>_<o!!


귀엽고 발랄하게 생긴 집을 상콤달콤한 색깔로 입히는 것 그 자체로 참 아름다운 작품. 그치만 그림에 깔려있는 마띠에르처럼 차곡차곡 쌓인 서최애의 내면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넌 이미 그녀의 노예! 그래, 오늘은 그림을 늘 소통의 창구로 사용하는 우리 최애의 속마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서유영 편

그림은 아름다움, 철학, 작품성을 퇴적시킨

화석 같은 것.

친해지면 내 진짜 속마음 들려줄게!

친해지려면 같이 밥 먹는 게 최고! 정갈하고 담백했던 이 날의 식사 메뉴 공개해~

엘덕후: 작가님하고 처음 에디션 계약할 때요, 작가님 작품명이 NIMBY, PIMFY 인 것 보면서 '오호!?'하는 탄성이 나오는 순간이 있었어요. 아 작품 참 좋다~ 하면서 보다가 제목을 읽고 나서 반전매력을 느낀거죠. 작업노트 보고나면 그런 반전매력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처음 딱 봤을 때는 참 작품이 예쁘다, 집이 귀엽다, 색깔이 좋다, 밧줄도 있네 신기하다! 이런 1차적 시각 반응만 있었는데 제목과 까지 같이 보니 작품의 구성이 왜 이런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작가님의 세계관이 느껴지더라구요.

서최애: 일단 그림이니까, 보기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역시 울 최애 시원해~) 저는 막 기괴하거나 이해가 잘 안가는 그림은 못 그리겠어요. 제 작품을 보시는 분께서 기분이 나빠지거나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또 저는 제 작품이 미학적으로 아름다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전 (미술을)배우지 못했으니 억지로 어렵게 그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그리려고 해요. 하지만 단순한 생각으로 그리진 않으니까 그림을 들여다볼 수록 제 생각을 읽을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하죠. 처음에 보면 '어 예쁘다~'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조금 더 제 그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 인간은 이런 생각도 하고 사네?' 이런 거 있잖아요.


잠깐잠깐, 여기서부터 우리 최애는 계속 본인은 '못 배웠다'는 말을 하거든? 가방끈이 아주 긴 최애지만 미술 전공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딱 좋을 거 같아.


아무튼 이 대화 속에서 내가 느꼈던 건 우리 최애가 깊은 철학과 사회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어렵게 풀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오히려 더 생글생글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 후에 진짜 친해지면 속마음을 털어놓는 타입인거지. 우리 최애의 호탕하고 밝은 내면 속에 자리 잡은 진중한 생각은 최애의 그림을 만날 때 받는 느낌이랑 완전 평행이론이야!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서 화석으로 만들어보자.

엘덕후: '딱 봤을 때 예쁜 그림을 그리겠다'라고 결정하는 자체도 작가로서의 재능인 것 같아요. 본인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만 그림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겠다'라고 결정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러다 보면 혹자는 너무 쉽게 작품성이 어떻다 저떻다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니까... 논란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서최애: 맞아요. 제가 엄청 고민한 포인트에요. 마냥 예쁜 그림만 그리면 안 되겠다, 내가 뭐 배우진 못했어도 전업작가인데!

엘덕후: 아니 왜 자꾸 못 배웠다고 그러세요 -_ -!! 그런데 정말 못 배운(!?) 저의 입장으로서 한 말씀드리자면, 작품을 음침하거나 무거운 느낌이 아니고 밝고 긍정적인 느낌으로 결정하시는 작가님들을 보면 그림을 표현의 수단으로만 쓰는 것 같지가 않고 뭔가 소통하는 화면으로서 작품을 쓰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신작이 나올 때마다 작품의 변화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본인의 작업 스타일이 처음에는 조금 어두움을 담고 있었더라도 점차적으로 밝은 쪽으로 가져가시는 작가님들 있잖아요. 그런 작가님들이 실제로 관람자들과 소통을 굉장히 활발히 하시더라구요.

서최애: 먹고 살아야 되니까요 /(-_ -^)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소통하지만 실제로 작품 철학을 작품에 담아 소통하는 것, 작품이 마냥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작품성도 있어야 하는 것... 이렇게 세 가지를 모두 다 가져가는 게 정말 어려워요.

작업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주는 최애의 모습과 그걸 진지하게 듣고 있는 나의 굽은 등 꼬부랑꼬부랑

먹고 살아야 한다는 서최애의 대답이 엄청 시원하다 >ㅁ<!! 그러면서도 작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인상적이야. 이야기를 듣다 보니 최애가 생각하는 그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담긴 집합체가 최애의 그림이고, 그 그림이야말로 최애의 스토리와 생각과 개연성이 담긴 하나의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넷플릭스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철학과 작품성을 영상으로 표출한다면 그림이란 건 그 영상의 모든 컷들이 누적되어 오랜 시간 눌려 단단해진 화석 같아. 우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흡수하는 스토리처럼, 조용히 그림을 응시하면서 작가의 의도를 곱씹다보면 그 속에 담긴 서사들이 들릴 거야. 특히 우리 최애의 그림은 마띠에르를 담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거친다는 점에서 더 그러지 않을까 해. 그렇게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시간을 다 쏟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이런 고민도 있대.


서최애: 짜증나는 일이지만 작업은 늘 제 머릿속을 맴돌고 있어요. 손으로는 그림을 놓아도, 휴가를 가도, 그림에 대한 고민은 멈추질 않아요. 그래서 스트레스가 큰 것 같아요. 퇴근이란 것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더 힘든 건 그런 것들을 생각만 하고 이행하지 않으면서 '언제 하지?' 고민할 때에요. 난 언제까지 생각만 많을까, 언제 이행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 가장 힘이 들어요.


최애의 고민을 듣고 나니 본인이 못 배운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참 무색하지 않니? 뭘 해도 열심히 최선을 다 해왔던 서최애는 매번 마주하는 작업에도 혼신을 불어 넣는 것 같아. 오죽하면 과로로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작년에는 외부 활동을 거의 못했다고 하더라고. 그림 앞에 서 있는 사람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서최애! 다음 편에서는 최애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는 개인과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될 거야. 거기엔 너의 이야기도 있어. 기대해!

평론 - 구상에서 출발한 ‘집무리-추상’

서유영의 집그림은 구상을 거친 추상으로의 길이라는 공통점 때문일까. 1974년에 작고한 김환기(1913~1974)의 1970년대 점화(點畵) 시리즈처럼 친근감에 더해 편안한 여백과 여유를 준다. 별무리처럼 따뜻한 느낌을 주는가 하면, 밤하늘 저녁별을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씩 하나씩' 찍어나간 집들로 구성돼 연결된다. 작가는 우선 집의 틀을 짜고, 이를 연결해 하나의 유니버스-코스모스를 만든다. 결국 집이 관계가 되고 공간을 평면으로 단순화 한국인은 물론 언어가 다른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구상적 추상화’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생으로부터 출발한 정신적 각성은 응집된 생명의 결정체인 집을 통해 완성된다. 불이 켜진 창문의 색은 비어있는 또다른 차원의 공(空)으로 연결되어 무가치한 것, 아무것도 아닌 것에 생명과 호흡을 불어넣는다. 작가의 구상은 기하하적 큐브로 구성된 ‘차가운 추상’과 가슴으로 느끼는 직관적이고 뜨거운 ‘유기체적 추상’을 동시에 끌어안기에 '엄격하면서도 유머(해학)가 있는 의미’ 그림이 아닐까. 집 옆에 집이 연결되면 관계가 형성되고 집들이 늘어나 무리를 이루면 하나의 은하수 같은 무수한 흐름이 생긴다. 집과 집으로 연결된 삶의 관계들, 집의 이합집산은 우리 삶 그 자체이고, 그 반복 속에 무한한 가능성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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