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저번 편 보고 벌써 김최애한테 빠졌지? 평생 작업하면 점 45억 개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 내 최애(이제는 우리의 최애)는 거기서 더 나아가서 호당 단가 계산식까지 고민까지 하게 되었어.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와...'하는 전형적인 감탄사를 쉴 새 없이 내뱉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치밀한 계산 뒤에 깔려 있는 현실 감각 때문이었어 o(-_-)o! 우리는 흔히 아티스트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시작은 그럴 수 있더라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독하게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걸어야 하는 거더라.


2000점의 작품을 그리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작품들을 점점 더 가치있는 '채권'으로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하면 믿을래'ㅡ'? 이 대화 내용은 진짜 나만 알고 나만 소장하고 나만 덕보고 싶은데 너도 이제 김영진이 최애니까 같이 공유해서 같이 꿀 빨자!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김영진 편

최저시급부터 채권까지,

지독한 현실주의자

최저시급에 기반한 호당 단가 계산식

이렇게 수줍게 웃는데 작품을 대하는 자세는 아주 냉철하다규☆

김최애: 제가 1년에 평균적으로 못해도 한 70점은 그리는데 코로나 때는 1년에 120점 정도 그렸거든요. 평균적으로 1년에 한 100점을 그린다고 치면 휴가도 가고 쉬는 날을 넣어도 30년이면 2000점은 다 그리겠더라고요. 이제 13년만 그림을 더 그리면 돼요.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작품 가격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엘덕후: 호당 가격을 정하는 방법인건가요?

김최애: 네, 저는 지속적으로 작가들의 호당 가격 같은 자료를 스스로 수집해서 작품가 계산식을 만들고 실험하고 있어요.


작품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있지? 그래서 예술품의 가격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에만 존재하는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있을 거야. 그런데 우리 최애는 작가의 노동을 작품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가정하고 신기한 산식을 만들어 내고 있더라구!


김최애: 제가 작업을 시작할 즈음, 그러니까 17년 전에 여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시아프가 열려서 전시에 참여했었어요. 작품가 선정을 해야하는데 아무도 작품가 선정하는 법을 몰라서 주최사에서 대략적으로 정해줬어요. 학부생은 호당 3만 원, 석사는 호당 4~5만 원. 그 호당 가격으로 한 달에 4점을 그려서 판다고 생각하면 딱 최저시급이 되더라고요.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최저시급으로 하루 8시간 일하면 월급이 200만원이 좀 넘는데, 한 달에 10호 작품을 최소 4점을 그릴 때 작품을 55~60만원 정도에 판매해야 하는 거죠. 제가 그림을 시작할 때는 호당 3만원이어도 최저시급을 맞출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시작하는 친구들은 호당 5만원으로 시작하면 조금 마이너스인거고 6만원에 스타트를 해야지 최저시급을 맞출 수 있는 거죠. 제가 계산해보니까 최저시급이 연평균 7프로 정도 상승하더라고요. 작품 가격도 최소한 그걸 적용해보는 거죠.


최저시급을 호당 단가에 적용하다니. 물론 작가의 네임밸류가 올라감에 따라 꼭 최저시급을 맞출 필요는 없어지겠지만, 김최애의 작품 가격이 이런 합리적인 계산을 통해 도출된 거였을 줄은 몰랐어.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작가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지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런데 내 최애의 생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 (어디까지가는거니이이이이ㅣㅣㅣ)

KOSPI와 미술 시장

김최애: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미술품 판매금액 차트와 코스피 차트를 보면 완만도는 다른데 흐름이 비슷해요. 미술품이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방증이죠. 이걸 작품가 선정할 때 반영해보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생활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가격을 자산에 반영하는거죠. 그래서 직접 작가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등단연도, 호단가 같은 것을 자료로 모으고 있어요. 이러다보면 작가의 작업 스타일이나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호당 단가가 달라질 수도 있어요. 극사실주의를 하는 작가들은 한 작품을 그리는데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게 마련이고,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작가는 작품당 판매가가 조금 더 높을 수 있는거죠. 그래서 같은 호수의 작품이더라도 저는 호당 15만원이 적정하고, 다른 작가는 호당 35만원일 수 있는거죠. 한 달에 그릴 수 있는 양이 적으니까요. 작가도 큰 작품만 그리기 보다 소품을 그리는 방법으로 작가 생활은 물론 한 사람으로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거에요. 물론 이런 차이를 일반 소비자 분들께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수 있죠.


얘들아... 갑자기 따라오기 힘들지?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야. 내가 최대한 잘 정리해볼 테니까 찬찬히 읽어봐.


엘덕후: 그래서 작가님 말씀은, 같은 크기의 그림이라도 가격이 다른 이유는 작업 스타일에 따라 한 작품에 들이는 시간도 달라지다보니 작가별로 적용하는 호당 단가가 다를 수 있어서라는 말씀이신 거네요. 작가님은 그런 작업 스타일이 반영되는 계산식을 고민하고 계신거고, 일반 소비자들도 그런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상태가 되어야지 작가들의 작업 환경이 좀 더 나아질 것 같다는 말씀인 것 같네요.


김최애: 네, 맞아요.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후배 작가들 때문에 얘기하는 거예요. 한 달에 최소 네 점을 그린다는 전제 하에 호당 가격을 정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아서 작가 생활을 그만두는 친구들이 훨씬 많아져요. 그런데 이 계산식을 따라가면 사시는 분들도 몇 년 뒤에는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정적인 방법이기도 해요.


어머어머어머어머어ㅓ머멈어어ㅓㅓㅓ 최애야 최애야, 수.. 수익 회수? Profit? Revenue? 꺅?? (속물근성 미안해ㅋㅋ)

'작품 = 채권'이라는 미술은행 김최애!

김최애: 솔직히 얘기하면 저는 제 그림을 사시는 분들한테 ‘몇 년 뒤에 화랑가(실제 판매가의 50%)로는 회수를 하실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려요.


헉 최애야. 그런 말은 너무 대담한 거 아냐? 괜히 내가 긴장되쟈냐!!


김최애: 작가가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한 호당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에 (호당 가격을 잘 관리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셨다면) 짧으면 3~4년, 적어도 5년이면 본전은 얻을 수 있고 5년 후부터는 수익률이 올라가요. 제 계산식에 따르면 저는 내년까지는 호당 15만 원인데 내후년부터는 20만원을 적용하게 돼요. 제 작품이 호당 10만원일 때 사신 분은 호당 20만원에 재판매하실 수 있겠죠. 100만원에 산 작품을 200만원에 전액 다 받고 되팔면 수익이 꽤 괜찮아지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작가인 제가 화랑가(*작품 판매가격의 50%)로 재매입을 진행할 수도 있어요. 원금 100만원을 그만큼 회수하실 수 있는거죠.

엘덕후: 그런데 그렇게 되면 작가님이 100만원을 지출하게 되면서 작가님 입장에서는 마이너스가 되는 것 아닌가요?

김최애: 저는 100만원에 팔았을 당시에 50만원의 수익이 있었고, 재매입을 통해 100만원이 지출되더라도 200만원 상당의 작품을 다시 소유하고 재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화랑가로 100만원을 다시 벌 수 있게 되는 거죠. 그걸 다시 가족들에게 작가소장으로 맡겨도 좋고요. 옛날 작품 구하기가 되게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림이 판매되면 은행 예보금처럼 돈을 모아놔요. 저는 제 그림을 무기명 채권처럼 다루는거죠. 제가 호당 20만원이 될 때부터는 몇 년도 이하 작품 매입을 한다고 공지를 할 계획도 있어요. 그럼 제 10호 작품을 30만원에 사셨던 분들은 제가 현재 호당 15만원을 적용한 화랑가로 재매입을 하게 되면 75만원에 저에게 다시 되파실 수 있는거죠. 그래서 작가가 어느 정도 돈을 쓰면 안돼요.


이거 들을 때도 어질어질 했는데 정리할 때도 어질어질하다. 얘들아,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런거야. 너의 최애 나의 최애 김최애는 앞으로 성실하게 작업활동 하면서 꾸준히 호당 가격 관리를 할 거기 때문에 나중에 콜렉터가 그림을 되파는 결정을 하게 될 때 그 콜렉터는 본의 아니게 (강제적으로) 수익을 보게 될 거라는 거!

넋 나간 줄은 알았는데 정말 저렇게 멍해져서 들었구나 ㅎㅎ

평론 - 별헤는 밤, 꽃헤는 시간

김영진 작가는 현실을 초월한 유토피아의 세계관을 ‘색과 빛의 스펙트럼’으로 녹여낸다. 근작들은 화풍이 더욱 세련되면서 양식화를 탈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따스한 동심의 미학’으로 요약되는 작품세계는 100색 이상의 색채감을 통한 ‘꽃과 자연, 현실과 이상’을 종합한 ‘시가 있는 그림(詩畵)’이라고 할 수 있다. 희망의 에너지를 담은 원형의 동그라미들은 어느 땐 꽃이 되고, 어느 땐 별이 된다. 빛나는 외형을 선적 에너지로 환원시켜 맑고 청아한 세계관을 표출하는 것이다. 삶의 경험에 바탕 한 특유의 상상력은 솜사탕처럼 포근한 이야기가 되고, 삼삼오오 모여앉은 가족들의 대화는 ‘숲의 유토피아’로 환원된다. 자유소생도의 원형 백자들은 작은 꽃들로 가득 장식돼 있고, 서로를 밝히는 각 시리즈 사이에는 에너지 덩어리들이 레이어를 이루며 부유한다. 이 작디 작은 도트의 세계는 큰 우주의 축소판이다. 주변을 감싸는 공기 덩어리들은 공간을 점유하며 생명을 패턴화하는 에너지로 전환된다. 나무숲 위로는 두둥실 큰 달님이 어둠을 밝히고, 동심을 요청한 목가적인 풍경엔 현실을 초월한 천국 같은 시간이 펼쳐진다. 잔인한 어른 동화가 펼쳐지는 현실세계 속에서 김영진이 추구하는 작품 철학은 ‘영원한 평안’을 꿈꾸는 것이다. 


- 안현정(미술 평론가, 예술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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