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최최애의 그림이 극사실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었던 것 잘 읽고 왔니? 나 그동안 우리 최애 전시를 몇 개를 다녀보고, 작품 계약해서 에디션까지 만드는 사람인데 '빛을 그렸다'는 인지하면서 '추상화'라고 생각한거 어떡하니 정말 ㅎㅎㅎㅎ 이렇게 덕력이 늘어가는 거겠지!
오늘은 대망의 마지막 편이야. 미술을 제일 처음 접한 그 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미술이라는 길을 걸어온 최애가 미술 불황을 버티는 힘이 생긴 모습을 볼 수 있지.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 한 가지에 몰두한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소녀처럼 밝은 미소를 가진 최최애도 사실은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반드시 폭로하고 가야겠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최윤정 마지막편
끈기의 끝에는 꼰대가 있다.
최최애가 좋아하는 경복궁을 배경으로, 그동안 최애가 경험해왔던 미술이란 것을 듣는 기쁨!
10년 넘게 미술을 하다보니 버티는 힘이 생겼다.
사람이 한 분야에 오래 정진하다 보면 깨닫는 무언가가 생기는 것 같아. 예를 들면 "노력 없이 대가 없다" 같은,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전설같은 말들 말야. 우리 최애도 미대 입시를 거쳐, 미대 생활을 하고, 어시스트로도 활동하고, 작가로서도 일하면서 거의 10년 넘게 '미술'이라는 것에 정진하고 있잖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 최애는 이 긴 여정을 왜 시작하게 된 걸까?
💬 엘덕후: 작가님 미술을 제일 처음 접했을 때는 언제인가요?
💬 최최애: 중학교 때부터 미술이란 걸 시작한 것 같고, 제가 살던 지역에 새로 생긴 예고가 있었는데 미술선생님이자 담임선생님께서 그 예고는 가지 말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미대를 준비했죠. 음.. 갑자기 떠오른 기억인데 중3때 친구가 예고 입시 한다고 해서 따라서 미술학원 갔다가 미술이라는 길에 들어선 것 같아요. 막상 가니까 너무 재밌어서 학원 가기 전에 연필 다 깎아 놓고 그랬어요.
그렇게 흥미와 재능으로 시작된 미술인의 길에 아직도 남아있는 최애는 동료들이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도 여러번 보았을거야. 미술이 돈이 되기까지,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기까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많은 고민과 방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적인 방향'을 선택하게 하니까.
💬 엘덕후: 그럼 고등학교 때 늘 입시를 준비하셔서 미술대학을 가신거네요~ 미대 동기들 중에 아직도 미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나요? 비율이 얼마정도 돼요?
💬 최최애: 다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졸업할 때 동기가 30명이었으면 그 중에 1~2명 정도만 남은 것 같아요. 돈에 일찍 눈 뜬 선배들은 인테리어 사업 쪽으로 빠지기도 하더라구요. 저도 요즘 미술 시장의 부침을 겪다 보니 그쪽으로 빠질걸 싶기도 하는 때가 있어요 ㅎㅎㅎㅎ
💬 엘덕후: 작가님 저도 그 마음 뭔지 잘 알아요 엉엉엉(그래도 여기 계셔서 나는 좋아요)
💬 최최애: 좋은 날이 오겠죠. 당연히 오겠죠. 그런데 버티는 게 정말 고된 일인 것 같아요. 작년부터 작게나마 수업을 하는 덕분에 이 시기를 버티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잘하는 무언가를 '하지 말걸' 싶은 생각이 들 때, 정말 괴로웠겠지? 그렇지만 이 어려운 시기도 '좋은 날이 올 것이다'하며 긍정적으로 버티는 우리 최애의 희망찬 마음이 또 빛그림자로 그려져서 우리에게 다가올 걸 생각하니 기대되기도 해!
이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거여!
그러니까 미술에서 제일 중요한 건 기초다 이거야~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따라 시작한 미술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최최애는 김영성 화실 어시스트로 근무할 때 '극사실주의'를 실전으로 접하면서 작가로서 크게 성장한 것으로 보여.
💬 엘덕후: 작가님, 너무 여러번 얘기하는 것 같지만 빛번짐을 극사실을 통해 그리게 된 부분이 저같은 미알못(?)이 느끼기에는 되게 역설적인 것 같아요. 부드럽고 환상적인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우리 주변에 있는 형상이라고 생각하니 감격스럽기도 하구요.
💬 최최애: 그래서 어느 정도 사실적으로 그려보는, 전통적인 미술의 기술도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입시에서 너무 심하게 그림 스킬을 강조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돌이켜보니까 그런 스킬을 다 갖고 있어야 본인의 스타일을 찾고 나서도 더 나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 엘덕후: 아 마치... '더하기 빼기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데 수학을 왜 배워야 하냐!'라고 징징거렸을 때 부모님께 듣던 정답같아요 ㅋㅋㅋ 사실 수학이 논리를 체득하기 위해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란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지만요 ㅎㅎ
💬 최최애: 저도 수학머리가 정말 없었는데 이제와서 수학은 꼭 필요한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ㅋ 미술도 마찬가지 같아요. 입시 할 때는 이런거 왜 해야 하나, 바로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 그리고 싶다! 이런 생각도 들 수 있는데 사실 입시 준비하면서 배웠던 것, 어시하면서 배웠던 것이 기술을 쌓는 과정이었고 그런 기초가 누적되어야 자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렇게 우리는 꼰대가 되어간다.
최애와 이 대화를 나누는 데 얼마 전 학고재에서 봤던 장승택 화백의 개인전 <겹>이 생각나더라구. 캔버스 한 폭에 여러 색을 겹쳐 올림으로써 캔버스 안에 공간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었어. 수 없이 쌓여 올려진 물감들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색을, 얼마나 여러 번 반복해야 이 그림이 완성될지, 그리고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이 작업 방식을 유지하며 수행하듯이 색을 입혔을 작가의 집념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감탄했었는데 오늘 바로 최최애를 마주하면서 장승택 화백의 그 집념이 우리 최애에게서도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 인간이 어느 단계에 진입하기 전까지 얼마나 여러 번 의미와 무의미를 널뛰기 하게 되는 걸까?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본인도 모르게 훌쩍 성장한다고들 해.
💬 엘덕후: 근데 말하고 보니까 우리 너무 꼰대 같아요...
💬 최최애: 그러네요. 이렇게 나이 먹으면서 꼰대가 되는 건가봐요...
아휴. 내가 나이만 먹고 있는 줄 알았는데 꼰대까지 되고 있었네. 어쩌면 좋아 ㅎㅎ
최애를 보는 내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진다. 우리 남편한테 미안해지네 ㅋㅋㅋ
최고최고애정하는 최최애
엘디프를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밖에 없는데, 최최애는 내가 애정하는 작가님 손가락 5개 안에 꼽히는 거 같아. 첫번째 이유는 물론 그림이 너무 좋아서야... 어떤 그림들은 '그렇구나' 하면서 보게 되지만 최애의 그림은 '그러니까 그게 그런거라구?' 하면서 계속 쳐다보게 되는 매력이 있어. 그 안에 담겨 있는 시간과 노력이 묻어있는 게 느껴져서 이기도 하지. 두번째 이유는, 아주 개인적이야. 성인이 되어 만났기 때문에 엄청 많이 가까워질 기회는 적었지만, 그냥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잖아? 오늘 이야기하고 보니 비슷한 시기에 커리어를 시작한 점(최애는 극사실주의를 배우면서 빛그림자를 본격적으로 그리게 되었고, 나도 그 즈음에 엘디프 개인사업자를 창업해서 여기 구르고 저기 구르고 해왔지),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아서 커리어와 병행하느라 고군분투한 점(나는 21년 12월에, 최애는 22년 3월에!), 그리고 둘 다 정리병자인 점... 등등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비슷한 꼰대가 되어 가고 있음을 발견하니 내가 왜 최최애한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
우리 최최애의 여러 면모를 가까이서 보고 들으면서 최애의 작품을 다시 한 번 더 실물영접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이 글을 읽는 너도 그렇지 않니? 나의 덕심이 너에게까지 전달되었길 바라며... 덕터뷰 최윤정 편 여기서 마무리해볼게! (혹시 너도 최윤정이 최애가 되었을지도 모르니 한 가지 소근소근 알려주자면, 원화 구매링크는 아래 이쪄. 히히히히히.)
최윤정의 작업노트 - Illusion
Illusion 회화 작업은 나의 일상 공간에서 발견되는 빛과 그림자의 찰나적이고 환영적인 이미지를 포착함으로써 시작된다. 어느 날 나는 매일 오고 가는 차갑고 딱딱한 공간에서 작은 바람에 일렁이며 영롱하게 빛나는 나무의 빛과 그림자를 마주한다. 그 현상이 공간에 잠시 머무를 때, 난 그 장소가 처음인 듯 새롭고 신비하여 한동안 막연하고, 멍하니 대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따스한 경험으로 인해, 지루하고 힘들었던 날들에 대한 위로와 어떤 순간이 가진 존재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매일 반복되고 있는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별거 아니거나 감사하지 않은 순간은 없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주변에 머물며 반짝거리는 빛들과 같이 매 순간 흔들리며 빛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상 또는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는 시원하고 차분한 그림자, 우연히 다른 시간에 길을 걷다가 발견하는 흔들리는 빛 덩어리들, 매시간 달라지는 공기와 온도, 따스한 느낌과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찰나의 자연의 시간 들 모두가 나의 작업 소재와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 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내가 보고 느낀 일상의 감정들과 생각을 반영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다양한 색감들과 부드러운 느낌을 투영함으로써 더욱 편안하고 안정된 표현으로 관람자 역시 나의 작품을 통하여, 내가 느낀 따스한 위로와 나른한 휴식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More Inter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