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안소현 작가
원화정보
193.3x121.1cm
Acrylic on canvas
2017
과거의 나는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딛고 서지 못한 채 둥둥 떠서 바람에 휘둘리는 텅 빈 비닐봉지 같았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한 결정으로 살아온 삶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시절 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모든 것들을 원치 않으면서도 거부하지 못하고 해야만 했던,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했던 나약한 존재.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하고, 두렵고 초조하여 늘 손에 식은땀이 가득했던 아이. 그래서일까, 스스로가 불안할수록 나는 따듯하고 평온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안정을 찾곤 했다.
햇빛이 내리쬐는 날, 발길 가는 대로 무작정 걷는다. 걷다 보면 간혹 시선을 사로잡는 장소를 구석진 곳에서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정신없는 주변 풍경과는 달리 또 다른 공간 속에 나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 잠시 걷던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서서 바라본다. 우연적으로 그 곳에 닿인 햇빛과 그 빛을 받아 따듯하게 발색하는 사물과 공간의 풍경은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라 한없이 눈길이 간다. 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햇빛의 방향은 바뀌고, 사물의 색의 온도도 달라질텐데. 그림자도 사라지겠고... 이렇게 놓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순간의 풍경.
주변은 시끄럽고 무언가가 계속 움직이고 있지만 그 풍경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나와 풍경 두 관계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오로지 느껴지는 건 따스한 햇살과 그림자, 조화로운 색들, 살랑이는 바람, 그날의 기온. 짧은 순간 동안 보고 있지만 긴 시간 속에 들어간 기분이다.
공간의 사물들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저 햇살만 받으며 고요히 놓여져 있지만 그 자리에 있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며 많은 것을 겪었을 것이고 다양한 사연들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 사연들은 또 무엇일까.
어떠한 표정도,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간의 사물과 식물들은,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나와는 대조적인 모습에 참 부러울 정도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복잡한 거리에서 아주 우연히 발견한, 무심코 지나치기엔 너무나 따듯하였고 사색에 잠기게 만들었던 거리 속 이면의 서정적 풍경들.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안온한 풍경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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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Table - 안소현 작가 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