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
이한정 작가
한지에 수묵채색
50x40cm
2022
나의 작업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자연 풍경의 표정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과거의 내가 보고 경험한 풍경 조각들을 기억 속에 쌓아두었다가, 현재의 내가 가진 감정을 더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생명의 시작이며 나의 존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기운과 생동감을 빌어서 나의 내면의 공간을 형상화하고자 하였다.
하늘과 맞닿은 드넓은 땅에 어떠한 건물이나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는 새롭고 낯선 풍경은 나라는 존재 자체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하고 끝없는 자연을 바라보며, 발에 채이는 돌과 흙더미, 이름 모를 나무 한 그루, 그리고 그 곁으로 무수히 자라난 잡초 따위에 깃든 생명의 울림이 내 안으로 들어와있음을 느낀다.
수행하듯 하나하나 쌓아 올린 먹점은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들판이 되고, 산이 되어 또 다른 생명체로 발현되고, 그 위에 더한 색감을 통해 그 생명체가 담고 있는 표정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잡초와 마른 나무 무성한 흙 벌판은 오렌지빛 표정을, 침엽수 빽빽하게 자라난 사이로 살짝살짝 드러난 바위산은 겨울의 한기가 느껴지는 흰색 빛 표정을, 물을 잔뜩 머금고 햇빛 받아 더욱 선명해진 잔디밭은 초록빛 표정을 짓곤 한다. 자연이 담고 있는 표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감정들이 뒤섞여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지금 이 순간에도 고요한 울림으로 쉼 없이 변화하고 있는 자연의 일부를 묵묵히,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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