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흐흐. 저번주에는 피부과 안 갔는데도 덕업일치 썼자나? 오늘은 피부과를 왔기 때문에 또 쓰게 되었어. 3주동안 매주 1회씩 쓰고 있다니! 나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다. 그런데... 이제 피부과 프로그램이 바뀌게 되어 피부과 가는 날이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든다는 소식... ㅋㅋㅋㅋㅋㅋㅋ 겨우 끌어올린 이 루틴을 벼락벼락 양벼락이가 과연 잘 유지할 수 있을까?
히히, 사족은 여기까지로 하고! 지난 예경 키즈 3편 한 번 풀어볼게. 지난 1편, 2편을 쓰면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사업을 통해 우리 엘디프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큰 맥락의 것들을 이야기했어. 시제품 제작, 국내외 박람회 참가, 롯데월드와의 오픈이노베이션, 그리고 마케팅을 주제로 이야기했지. 오늘은 그 외에 지원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자잘한 것들을 기억해내보고 <예경 키즈> 시리즈를 마감해보려고 해. 깨알 같이 자잘하지만 그래도 꽤나 쏠쏠했던 '사람' 관련 이야기야!
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 - Issue No.19
사람이 하니까 사업 아잉교?
내부인건비와 외부인건비
특히 엘디프의 사업은 더 많은 사람들로 운영되는 듯해. 엘디프는 회사 자체의 규모는 아주 작지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거든. 우리와 계약을 했거나 하고 계신 작가님만 해도 누적 200명이 넘어가는 것 같으니 그동안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최대한 펼쳐서 저비용으로 일을 해왔다고 봐야하겠지 ㅎㅎ
지원사업의 경우 내부 인건비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어. 우리는 어차피 내부 인건비를 많이 사용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인 외부 인건비를 주로 썼어. 엘디프의 외부 인건비는 크게 작가님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과 단기인력비로 구성되어 있어. (영상 제작이나 홍보사진 촬영 같은 것들은 개인에게 맡기더라도 사업자로 비용 처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개인사업자가 있는 작가님들이 일을 진행하기에 편했지. 이런 비용은 인건비가 아니라 일반용역비로 분류돼.)
아무래도 인건비는 한 번 나갈 때마다 규모가 크기도 하고, 단순히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금을 사용하는 것은 지원사업의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 사용에 대한 규칙은 비교적 까다로운 편이야. 그래서 대표들 인건비는 물론이고 직원이 있더라도 내부인건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지원사업들이 있는거겠지. 지원사업은 사람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에 대한 요구가 많은 거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
예술인과 협업도 고용으로 인정해주세요.
나라의 녹(?)을 받았다면 나라에서 요청하는 바를 수행해야겠지. 여러 지원사업들이 다 그렇지만 예술경영지원센터 역시 '신규 고용'이 일어났는지 중요하게 봐. 그런데 예술시장에서 쫌 굴러먹은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예술시장에서는 고용이라는 것이 그렇게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잖아? 전속작가제 말고는 예술인을 '채용'하는 일들이 많지 않지. 그래서 예술기업들도 대부분 일반적인 채용(마케터, 디자이너, 개발자 등등)을 하곤 해. 예술시장에서 일하지만 정작 예술인들과는 일회성 프로젝트로 일하게 되거나 성과에 따른 이익을 나누는 정도의 느슨한 계약을 하게 되지.
저번에도 내 자랑 좀 하면서 적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예경이 조금 더 포괄적으로 예술기업의 예술인 고용창출 부분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한 적이 있었어. 분명히 저작권료로 수 백 만원 이상의 돈을 지불했고 그것을 증빙으로 제출할 수 있는데도 정식 고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용 창출 성과로 인정받지 못한 세월이 꽤나 길었거든. 이미 많은 금액을 예술인들에게 지불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예술인과 '근로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서 성과로 인정 받을 수 없는 건 좀 그렇잖아? 그래서 예쑬인과 이익을 공유한 부분에 대해서 간접 고용으로 인정해주면 예술기업의 평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한거지. 그 말씀을 드리고 바로 다음 해에 예경의 지원사업 신청서에는 '몇 명의 프리랜서 예술인과 협업하였는지'를 적시할 수 있는 칸이 생겼어.
궁극의 생존을 위한 해외 홍보
수출금탑훈장을 받겠다는 강력크한 의지!
늘 꿈만 크고 말만 먼저 하는 양벼락이의 어릴 적 꿈은 외교관이었따? ㅋㅋㅋㅋ 말하는 것에 비해 노력과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외교관은 되지 못했지만, 나는 언어 습득능력만큼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서 늘 해외를 염두에 두고 살았던 것 같아. 실제로 이행한 적은 몇 번 없지만 마음은 해외를 나가야한다!고 생각하고, 해외의 문을 주구장창 두드리고 있는거지.
근데 툭 깨놓고 이야기해서, 해외 진출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부터 잘 깔고 그 다음 스텝으로 해외를 고려해야한다고들 하지? 국내에서 많이 바이럴이 되어서 해외의 얼리어답터들에게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진출하면 비용이 많이 절감될 수 있으니까 말야. 그런데 우리는 K-ART라는 정체성이 있어서 해외라는 옵션도 비교적 일찍 고민하게 된 것 같아. (그래서 대부분 다 실패했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흑)
그래도 공상과 망상의 아이콘 양벼락이는 "언젠가 수출금탑훈장 받는 날이 올 거야!"를 외치며 해외 진출 준비를 멈추지 않고 있어. 그럴 수 있는 이유? 예경 덕분이었던 것 같아.
국내에서 할 수 있는 해외 진출은?
지난 <예경 키즈 1편>에서 마케팅 비용으로 해외박람회 다녀온 이야기를 좀 했지? 그러면서 해외 운송비, 항공편, 숙소 등 해외출장비를 지원금으로 커버할 수 있게 되어서 큰 일을 치를 수 있었다고 말야.
해외 박람회 외에도 국내에서 준비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어. 특히 해외 바이어들에게 보여줄 회사소개서, 제품소개서 등을 제작하는 거지. 이 과정은 해외 시장을 분석하고, 어느 시장이 맞는지 결정하고, 그 시장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적용된 번역을 수반하는 동시에(영어 번역은 필수), 바이어 리스트를 찾아서 뿌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B2B 거래 루트를 찾는거야. 이 과정에서 해외 바이어나 투자자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하지. 이런 내용들은 해외 진출의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본인들이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이건 제품이건 반드시 진행하는 당연한 것들이야.
제품이 있는 경우에는 해외 B2C 고객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루트를 개발하기도 해. 제품은 유형, 무형의 것들이 다 포함되겠지만 우리는 유형의 제품을 판매하고자 노력한 경험이 많았던 것 같아.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해외 판매 플랫폼에 가입해서 광고도 돌려보고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어.
ㅇ ㅏ 쓰다보니 또 스크롤 압박 드네. 예경키즈 3편으로 마무리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이쯤에서 간단히 정리해볼게. 우리가 처음 들어갔던 플랫폼은 아마존이고, 지금은 쇼피에서 판매 진행하고 있어. 근데 둘 다 플랫폼이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어.....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것도 있을 수 있지만 네이버는 혼자서도 뚝딱뚝딱 잘 할 수 있었는데 쇼피랑 아마존은 전문가들한테 배워도 증말 너무 어렵고 힘들어... 결론은 한국인은 네이버, 네이버, 네이버다!
민율 - 나무의자
덕업일치 Issue No.19의 커버로 선보인 작품은 민율 작가의 <나무의자>이다. 인스타그램으로 민율 작가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쓸쓸한 듯 평화로워 보이는 하나의 의자가 마음에 콕 박히는 느낌이었다. 조용히 조용히 티나지 않게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덕질하면서 판교 모처에서 전시를 연다는 사실을 알고 후다닥 달려간 기억이 있다. 당시 사무실이 판교에 있었기 때문에 서울에서의 전시는 잘 참여하지 못했던 터였다. 회색 빛 벽면이 많았던 1층의 갤러리였다. 실제로 바람에 밀리고 있는 듯한 사실적인 구름의 모양과, '참 쉽죠?' 하면서 그린 것 같은 나무, 그 꼭대기에 얹어져 있는 (마치 60년대 영화 속 국민학교 혹은 그 이전의 소학교에서 썼을 것 같은 투박한 모양의) 의자. 이런 멋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런 시원한 듯 선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렇게 실물에 매혹되어 갈 수 있는 전시들은 모두 챙겨 다녔다.
덕업일치는 사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시리즈이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한 가지 주제로 쓰면 좋겠다 싶었고, 내 욕망을 업무로 치환하면 일하는 척 취미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비열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무너무 재밌었다. 글을 주기적으로 쓴 적이 없다 보니 가끔은 스트레스 받으면서 쓰기도 했고 거의 두 달을 쉰 적도 있다. 그래도 아주 놓지는 않았는지 어느 날인가부터 창업을 하게 된 내용을 지금이라도 정리해 놓으면 좋겠다 싶어서 <창업도 벼락치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흐름 속에서 갑자기 시작된 미니 시리즈 <예경 키즈>를 적으면서는 많은 후회와 상념들이 지나갔다. 지나간 것들에 대해 늘 곱씹고 반성하는 성격이라 더욱 그랬다. 지금 시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유동성이 풍부했던 그 시절을 되짚어보니 지금의 상황이 새삼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겠다.
그래서 이 작품이 <창업도 벼락치기>시리즈를 가장 잘 표현하는 그림이 아닌가 싶다. 다 지난 일들을 제3자의 눈으로 관망하며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과정. 그래서 보고 싶지 않은 점도 다시 볼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오롯이 혼자 해야만 하는 외롭고 괴로운 과정. 그 속에서 밀려오는 다양한 감정이 여기저기서 다른 온도로 울컥울컥 밀고 올라오는 바람에 생긴 입덧을 다스려야 하는 과정. 그 모든 과정 과정 과정을 스타벅스 한 켠의 의자에서 앉아 타닥타닥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감상자에게 전달받는 피드백이 다양하다고 했다. 누군가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의자 같다고 하고, 누군가는 외로움에 사무친 모습 같다고 하고, 누군가는 평화의 장소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의 첫 감상은 첫 줄에 적었듯이 '쓸쓸한 듯 평화로워 보인다'였지만 지금은 그 첫 줄보다는 더 다양한 감정으로 이 작품을 보게 된 것 같다. 이게 바로 민율의 맛이다. 그래서 이 작가의 깊이에 늘 감사한다.
작품 정보 - 나무의자, 72.7x60.6cm, Oil on canvas, 2022
Back Iss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