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거의 세 달 만에 덕업일치를 열었어. 하하하하.... 하하.. 그동안 엘디프는 분당 사무실을 정리하고 광화문으로 이사를 감행했지. 이제 엘디프의 모든 인원들이 서울에서 살게 되었고, 법인 자체도 서울로 옮기게 되었어. 물론 변명하려는 건 아니야. 하하하하.... 하하하..
각설하구! 저번에 썼던 홈페이지 오픈 내용에 이어서 첫 매출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시간이 흘렀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해. 2017년 9월에 처음으로 홈페이지라는 것을 오픈했었고, 10월은 개업휴점 상태나 마찬가지였어. 11월이 되어서야 첫 매출이 나왔는데(마치 내가 덕업일치를 쉰 기간과 비슷한 이 느낌...) 매출이라고 해봐야 좀 가소로운 수준이지만 한 번 매출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아주 미약하지만 속도가 붙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 그래도 월 100만원도 안되는 수준이었어 헤헤, 쫌 기엽찌?
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 - Issue No.13
광고비 안 들이고 그림 팔기
는 노가다!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팔기 위해서는 광고가 필수라고들 하잖아. 나도 지금에 와서는 너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너무 소자본으로 창업해서인지, 내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보는 눈이 너무 좁아서 돈 한 푼 한 푼이 아깝더라구.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할 순 없으니까 노가다를 막 하기 시작했지!
내가 주로 한 노가다는 인스타그램, 창업자카페 노가다였어. 인스타그램은 도브그레이 시절부터 파놓은 인스타 계정을 잠그고 엘디프 계정을 새로 팠어. 인스타로 온데 다 말 걸고 다니면서 팔로워를 모았고 엘디프 일상을 올리기 시작했어. 지금도 나는 마케팅을 진짜 못하지만 그때도 못했어. (슬프다 ㅋㅋㅋㅋ) 그렇지만 그냥 부닥치면서 했던 것 같아. 하나 둘 친구들을 모으고, 나름 팔로워 이벤트를 벌이면서 이벤트에 참여해 준 분들 중 일부에게 사은품을 보내주는 등 전통적인 마케팅을 나도 했던 것 같아.
또 그 당시에는 셀러허브? 셀러뭐시기 하는 카페가 있었어. (지금도 있나?) 그때 스토어팜(지금의 스마트스토어)에 서로 관심고객으로 품앗이 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런가?) 나도 그 문화에 젖어들어서 서로 알림받기 설정해주면서 노가다로, 어거지로, 막무가내로 스토어를 키우려고 했어. 돈 안 들이고 광고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다 시도해봤던 것 같아. 자연스럽게 자사 홈페이지보다는 스토어팜에 더 집중하게 되었지.
아마도 그 때의 대 노가다의 현장이었을 것 같아. 날짜를 보니까 대략 그러하네 ㅋㅋ
소시민의 계획은 늘 원대하지만
11월에 총 9개의 작품이 팔리면서 뭔가 신이 나더라구. 수익이 남을 만큼의 판매고는 아니었지만 (한 70만원이나 됐으려나 ㅎㅎ) 돈도 안 들였는데 이렇게 팔린다고? 역시 노가다는 신성한 것이었어! 이런 착각에 빠졌어.
그 당시 한 상품을 검색하고, 페이지를 조회하고, 스크롤을 내려서 몇 초 이상 머무르고, 구매를 일으키고, 리뷰를 남기면 상품의 점수가 올라와서 더 상단에 노출된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거든? 그걸 여러 계정이 해야되는데 모바일로 와이파이를 껐다 켰다 하면서 그 상품을 검색하면 IP가 변경되면서 여러 계정이 한 것처럼 된다는거야. 이거 돈 드는 거 아니잖아? 뒤돌아보니 이 짓도 그렇게 열심히 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게 좀 판매되는가 싶더나 좀 주춤하대? 마음이 조급해지는거야.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데, 엇 노가다에 한계가 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11월 말부터 주문이 잘 안 들어오더라고. 부끄럽지만 답답하다보니 어뷰징을 했었어. 내 아이디로도 사보고, 남편 아이디로도 사보고, 친구들한테 결제하고 구매확정 해달라고 하고(그만큼 돈은 다시 돌려주고 말이지)... 이렇게라도 해서 스토어를 떡상 시킬 수 있을거야! 라는 소시민의 계획이 있었지.
네이버에서 어뷰징은 소용없다.
근데 네선생의 알고리즘은 어찌나 대단한지, 내 스토어의 대표자명과 내 카드의 명의자명이 같다는 것 등등이 잡히면서 결제를 아예 안 시켜주더라고. 오? 이게 바로 어뷰징을 거른다는 것인가? 했어. 어쩐 일인지 우리 남편 카드로 사서 사진 리뷰를 올렸는데 그 리뷰가 노출되지 않게 막더라고?? 이번엔 진짜로 남편네 사옥 꾸밀 때 남편네 회사 카드로 샀는데(남편도 사업자) 그 리뷰도 막는거야! (그 이후로 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사용하면서 네이버 쇼핑 관리자들에 대한 상당한 신뢰가 생겨서 주주까지 되었다...)
이런 어뷰징을 12월 쯤부터 했고 12월 중순인가부터 네이버가 슬슬 나를 거부하더니 그나마 몇 개 판매되던 것도 사라지고 12월 말에는 스토어에 들어오는 사람 숫자도 많이 줄었어.
근데 내가 장점이 몇 개 없지만,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건 빨리한다는 것 하나는 확실히 있거든. 정말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면서 다시는 이런 어뷰징을 하지 말아야겠다 마음을 먹었어.
물건을 판매한 지 한 두 달 만에 온라인 상에서 조작은 의미 없다는 걸 깨달은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이후로는 리뷰이벤트 조차도 안 했어. 지금까지도 5점 주고 리뷰 써주세요 이런 행위는 단 한 번도 안했던 것 같아. (물론 올려주신 감사한 리뷰 중 심히많이아주 감사한 리뷰에 대해서 한 달에 한 번씩 베스트리뷰어를 선정해서 선물 드리기는 꼬박꼬박 하구이쪄 히히)
(그래도 루히는 무럭무럭 잘 커서 이제 사무실 데리고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냥. 이즈음 루히는 룰루라는 별명을 얻었고, 요즘은 눈누가 본명이고 루히는 족보에나 적혀있을 이름이 되었다냥.)
결론: 웬만하면 광고하자.
정말 좋은 상품들은 입소문을 타고 잘 팔린다고 하더라구. 인스타그램 운영 잘 하는 사람들, 스마트스토어 운영 잘 하는 사람들 정말 많잖아. 그런 브랜드는 브랜드 자체가 주는 매력이 넘쳐나고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부러운 재능이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게는 그런 재능이 없었어. 시간이 오래 흘렀는데도 그런 재능을 만들지 못한 걸 보니 나는 AI조차 탑재하지 못한 로보트가 맞는 것 같아(!?)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 광고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난 다음에는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능력을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 그마저도 그리 대단한 정도는 아니라서 드라마틱한 결과물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말야.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뭐다? 스스로 생각할 때 본인이 표준정규분포 중간 쯤에 머물러 있는 보통 사람이다? 그러면 광고비 들여서 광고하자. 노가다는 소용 없고, 어뷰징은 AI를 속일 수 없고, 인플루언서 되기는 좀 어렵다고 냉정하게 판단 된다면. 그게 훨씬 저비용이고 효율적이야.
덕업일치를 너무 길게 쓰다보니 한 번 쓸 때까지 마음 잡는데 너무 오랜 시간(약 80일...)이 걸리는 것 같아. 더 가볍고 심플하게 써보기로 다짐하면서, 이번 편은 마무리해볼게 :)
Studio L'Diff - Up to Sky
덕업일치 Issue No.13의 커버로 선보인 작품은 내가 자체적으로 만든 에디션, 스튜디오 엘디프의 <Up to Sky>이다. 가로로 조금 넓은 형태의 액자가 예쁘지 않을까 싶어서 도브그레이 시절 만들었다. 전편에서 말한 적이 있던 것 같은데, 포토샵도 못하면서 온갖 스톡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유료이미지를 다운받아서 내 나름대로 멋드러지게 편집하고 색감 조정도 하면서 출시했었다. 도브그레이에서도, 엘디프에서도 초기에 판매가 된 작품들 중 하나이고, 몇 개 판매되진 않았지만 사업 초기 정신력의 마중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오늘 덕업일치에서 말한 '부끄러운 어뷰징의 경험'의 대상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저작권료가 들지 않고 작가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내 나름으로는 양심상 거리끼는 부분이 적어서 어뷰징에 너다섯번 활용하였다. 그런데 그 몇 번의 시도조차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네이버 덕분에 나는 온라인 상거래에 대한 경외감(?) 갖게 되었다. 지금은 엘디프의 구석탱이에서 아무도 사주지 않고, 광고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구닥다리 상품이긴 하지만 오늘 이 덕업일치 덕분에 다시 꺼내어 본다. 내 손으로 만든, 내게 용기를 주었던 작품을 한 순간 거짓말로 덮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과욕이란 그런 것이다. 어느 곳에서든 당당할 수 있는 사업자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욕심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을 하지 말아야겠다.
작품 정보 - Up to Sky, Photograph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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