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웬일로 일주일 만에 덕업일치를 다시 펼쳤단다. 양벼락이의 벼락치기는 일주일 단위로 계속 될 것인가! ㅋㅋㅋ (그럴 리가 없지. 시작은 일주일 만에 재개하였지만 그 끝은 3주만에 마무리했다.) 일단 급한 일들이 많이 지나가는 덕분에 이렇게 덕업일치를 잦게(?) 쓰긴 쓰는데 이게 아무래도 샤이한 공간에서 샤이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느낌이 좀 들긴 해? 그치만 멈추지 않아볼게!


지난 번에 첫 사무실 구한 이야기를 했었지. 무려 판교에 구하게 된 첫 사무실에 입주한 날이 8월 25일 경이었던 것 같아. 사무실 입주 전에 작가님들과의 계약은 거의 마무리 단계였고, 작품의 인쇄, 포장재 등등 재고들은 이미 집에 있었기 때문에 옮기기만 하면 되었어. 그때 내가 해야할 가장 큰 임무는 9월 20일에 엘디프 홈페이지를 오픈하는 거였어. 난 이미 도브그레이를 창업하면서 인형 눈깔 붙이기 하듯이 포토샵을 깨작거리는 수준의 스킬이 있긴 했지만, 약 30개의 상품 페이지를 만들어야 했던 그 때 정말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나.


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 - Issue No.12

이럴 거면 기술이나 배울 걸

눈 앞에 펼쳐진 '가내수공업'

그 당시 나는 할 줄 아는 게 생각하기랑 문서 작성 밖에 없었던 거 같아. 엘디프 개인사업자 창업 후 약 7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그런 거 같아. 이런 내가 1인 사업자로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다 보니 가장 어려웠던 건 디자인이었어. 하.. 그래도 어쩌겠어. 돈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돈 주고 맡길 수도 없고, 포토샵 거 뭐... 어느 정도 할 줄은 아니까(!?) 한 땀 한 땀 만들기 시작했지.

작가님들과 미팅을 하면서 알게 된 작품에 대한 소개 글을 나름대로 재해석하면서 이런 식으로 상세페이지들을 만들었다? 나름 꾸며보겠다고 여기저기 선도 그리고 글자도 선정해가면서 고민고민한 흔적이 너무 귀엽지 않니 ㅎㅎㅎ 작품을 가까이서 보여줘야 살 것 같아서 작품의 주요 부분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액자도 하나하나 사진 찍어서 색깔과 느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었어. 인스타그램도 개설해서 작품을 잘 보여주려고 노력했지. 이 작품은 이나현 작가님의 <서울펍>이라는 작품이었는데 '글로시 실버' 색상만 적용하시겠다고 해서 한 가지 액자 색상만 보여줬었나 봐. 그래도 작가님이 가장 어울리는 색깔이 이거다! 라고 추천멘트를 날리기도 했었네.


이제서야 말하는데 난 아직도 이 그림이 참 너무 좋아. (예나 지금이나 각 잡는 거에 미쳐있는 양벼락) 안타깝게도 작가님과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인연이 끊어졌지만 지금이라도 이 작품과 이나현 작가님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덕업일치야! 나에게 이나현 작가님을 소환해줘! 작가님 뭐하시는지 궁금하다 ㅎㅎ

그래도 데드라인 하나는 잘 지키지

9월 20일에 오픈하겠다고 (아무도 안 듣는데) 나 혼자 호언장담하고서 한 달을 상세페이지 및 홈페이지 꾸미기에 투입했던 것 같아. 왜 9월 20일이냐. 그냥.. 어.. 내 생일이거든(꽤나 자기애가 강한 타입.) 그래서 9월 19일까지 이게 사람 사는거냐며 야근하고, 늦잠자고(?), 야근하고, 늦잠자고(!!)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 잠이 많은 타입이라 야근을 안해도 늦잠을 자곤 해서 일부러라도 더 야근을 했었어. 9월 19일 밤까지도 9월 20일의 오픈을 혼자 준비하면서, 누구도 나보고 그 날 오픈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데드라인을 지켜야한다는 생각 뿐이었어.


그래도 1인 창업임에도 야근이 할만 했던 건, 판교의 야경이 너무 멋져서였어. 맨발로 쓰레빠 끌고 다니는 좀비였지만...

(번외) 탯줄 째 굴러 들어온 아깽이

그렇게 오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깽이 하나가 시댁 집 근처에서 며칠 동안 삐약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나봐. 우리 시부모님께서 아깽이를 구조하셨어. 시부모님께서는 강아지만 키워보셨기 때문에 나와 남편이 데려와서 먹여살리기 시작했지. 나랑 남편은 이미 두 살 먹은 성묘 뱅갈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해서 살고 있었는데, 아깽이는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어떻게든 하면 살지 않겠나 싶어서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는데 쥐같이 생긴 고양이를 데려왔어. 그 날이 9월 5일이었어.

탯줄도 안 떨어진 아기가 온다고 하니 우리 부부는 갑자기 비상사태였지. 지금은 탯줄 안 떨어진 애들을 셋이나 키워낸 베테랑이지만 그 당시에는 아깽이가 뭐 먹는지도 모르고 몰라서 24시간 하는 동물병원 가서 물어물어 분유 사고 젖병은 안 팔아서 주사기 얻어서 먹였던 것 같아. 애기가 너무 쪼끄매서 이름을 '루피(Luffy)'라고 지었는데 한참 원피스에 빠져있을 때라 일본식 발음인 '루히'라고 불렀지. 고무고무 바주카 날려서 엄청 커지라고!

두 시간 마다 밥을 먹여야 했던 시기라서 사무실을 데리고 출퇴근을 했었어. 우리 집 터줏대감 뱅갈 중 한 마리인 보리가 루히를 너무너무 싫어해서 더 그랬지.


워낙 약하게 태어나서 죽을 뻔한 고비가 있었는데 그때 일하다 말고 판교 아브뉴프랑에 있었던 '이리온'이라는 동물병원에 루히를 데려갔었어. 몸무게가 너무 적어서 약도, 주사도 못 놔준다고 강제급여라도 해서 살려야한다고 해서 얘 죽으면 어떡하냐고 선생님 앞에서 엉엉 울기도 했었다(지금은 소심한 돼지됨)

불완전한 오픈, 뿌듯한 내 마음

시작이 반이다!

9월 20일, 생일이 되었고 드디어 오픈을 했어.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았지만 '기다려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라는 멘트를 날린 자의식 과잉의 양벼락이었지. 홈페이지가 공식 오픈되었다고 말은 했지만 나이스페이 결제모듈이 심사중이었기 때문에 무통장입금만 가능한 때였어. 심사가 10월 초에 마칠 예정이었었나봐. 무통장입금으로라도 구매해주시면 사은품을 보내드린다고 호기롭게 적어놨네? 물론 10월 초까지 주문이 하나도 없어서 아무도 사은품 못 줬지 뭐야. 하하핳....


이 때의 나는 온라인 광고도 모르고(지금도 잘 모름), 홈페이지 구성도 모르고(지금도 잘 모름), 내 동생이 식스샵이라는 웹빌더를 찾아내서 도와준 덕분에 어찌저찌 홈페이지를 오픈한 상태의, 사시미 같은 날 것이었어(물론 지금도 잘 있었다고 볼 수는 없음.) 그래도 나름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이런 정방형의 공지를 준비해서 올렸었나 봐.


그래도 디자인 한 번도 배운 적 없는데 나름 깔끔한 공지 아냐? 반투명으로 음영도 주고 말야. 글씨도 나름 나눔스퀘어 찾아서 한 거 보라구. 한편으로는 가소로우면서 한편으로는 좀 애처롭지 않니? ㅋㅋㅋㅋㅋㅋ

나만 데드라인 지키고, 나머지는 다 연기되기 마련이지

난 데드라인은 하여간 지키거든. 근데 내 데드라인이랑 남의 데드라인은 상관 없는거잖아? 분명히 10월 초에 나이스페이먼츠 심사가 완료될 거라고 안내 받았는데 이 때 정부가 갑자기 대차게 대체휴무를 늘렸었나... 개천절이랑 겹쳤었나 어쨌었나... 추석 연휴가 10일이나 되는 엄청난 기간이었어. 그래서 엘디프 홈페이지는 한 달 동안 무통장 입금만 가능했었어.


10월 말까지 무통장입금으로라도 구매하면 사은품을 주는 이벤트를 연장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 근데 역시 아무도 사은품은 받아가지 못했어... 

그래도 넋 놓고 놀지는 않았어

카드는 안 돼도 네이버 로그인은 되게 하겠다고 네이버아이디로그인(일명 네아로) 기능을 홈페이지에 갖다 붙여 넣는다고 정말 오만 삽질 다 했다. 되게 간단한 거 알아. 지금 보면 정말 간단하고, 하라는 대로 하면 다 되는 건데, 내가 디자인도 한 적 없지만 컴퓨터는 더 한 적 없거든. 나에게 컴퓨터는 크롬과 한글, 엑셀만 되면 다 컴퓨터였기 때문에... (물론 지금도 뭐가 나아지진 않았어.) 아무튼 네아로가 되면 사람들이 좀 사줄까 하는 생각에 진행했던 것 같아. 유입도 없었는데 문만 열어 놓으면 뭐 하겠어? 또 시간은 흘러만 갔지.


그러다 어느 날 첫 주문이 들어온거야!!!!!!!!!!!!!!!!!!!!!!!!!!!!!!!!!!!!

시즈닝그라피 - 푸른오름

덕업일치 Issue No.12의 커버로 선보인 작품은 엘디프 홈페이지 공식 오픈 막판에 겨우 계약을 체결한 사진작가 부부 시즈닝그라피이다. 지난 편에서 전희성 작가의 <물수제비>를 소개하면서 그 작품이 엘디프의 첫 판매를 개시해주었다고 적었는데, 오늘 엘디프의 첫 판매를 개시해주었던 작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어 지난 판매 내역을 제대로 살펴보니 이 작품이다. (물수제비는 두 번째였다!) <푸른오름>이라는 작품명은 너무도 바빴던 시즈닝그라피의 제안으로 감히 내가 이름을 붙였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시즈닝그라피의 남편을 담당하는 김창규 작가님이 나의 대학교 동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경희대학교 국제경영학과 OT에서 처음 만난 창규작가와 나는 모두 경영과 관련 없는 길을 걸었다. 나는 정치외교학과로 전과를 하면서 경영학과를 떠났고, 창규작가는 사진기를 손에 들기 시작하더니 결국 사진작가가 되었다. 그러다가 각자 '엘디프'와 '시즈닝그라피'라는 '생존 경영'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각자 노는 무리가 달라 엄청나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안 친하다고 하기엔 대학교 1학년이라는 시절이 갖는 새로운 경험 속에서 만난 인연이기에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할 것이 없다. 둘 다 힙합을 좋아하여 날씨가 좋은 날에 우연찮게 마주치면 에픽하이의 '평화의 날'에 나오는 "바보같고 못난 짝사랑도 오늘 딱 하루만 사귀어줘~!"라는 부분을 부르며 오늘은 1일 커플이라도 하자며 서로가 서로를 솔로라고 조롱했다. 술 마시고 취한 모습 보기를 여러 차례, 군대 가기 전에 다 같이 한 잔 하기도 하고, 휴가 나온 창규작가도 기억이 나는 것 같고, 창규작가를 구원해 준 미스차를 처음 만난 날 그 시원시원한 성격에 김창규 복받았다! 싶었다. 한 번은 제주도에 내려가 시즈닝그라피의 실내 스튜디오에서 제품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제는 제주도의 셀럽이 되어 공중파도 나가고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멋진 시즈닝그라피. 대학에서 만난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는 것도 신기하다.


작품 정보 - 푸른오름, Photography, 2017 (추정)

Back Issues.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블로그
밴드
floating-button-img